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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속 주목받는 ‘비동의 강간죄’ 법안… 각국 ‘강간’ 기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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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8-14 10:06:50 수정 : 2020-08-14 10: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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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성범죄 처벌 강화를 위한 형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 12일 ‘비동의 강간죄’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형법개정안을 발의한 이후 법안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명시적 동의가 없는 성관계를 강간으로 본다면, 법정 다툼으로 갈 경우 실제 동의 여부를 증명하기 어렵다는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과거 국회 입법조사처도 비동의 간음죄가 강간죄 처벌 가능성을 무한정 확대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여성단체는 이를 계기로 ‘동의’에 기반한 새로운 성문화를 만들자고 주장하고 있지만, 반대 측은 자칫 무고한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는 상황이다.

 

비동의 강간죄에 대한 논란은 비단 한국에서만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13일(현지시간) BBC방송에 따르면 현재 동의 없는 성관계를 강간으로 인정하는 유럽 국가는 영국, 아일랜드, 스웨덴, 아이슬란드, 독일, 벨기에 정도다. 개정안을 추진 중인 나라도 있지만, 여전히 많은 나라가 논란 속에서도 강간죄의 구성 요건을 엄격하게 유지하고 있다.

 

영국 법은 비교적 명확하게 ‘동의가 없는 성기 삽입은 강간’이라고 규정한다. 영국의 성범죄법은 강간을 남성 가해자가 의도적으로 타인의 성기나 항문, 입에 자신의 성기를 삽입한 행위로 정의한다. 피해자가 삽입에 동의(Consent)하지 않고, 가해자에게 ‘피해자가 성관계에 동의한다’는 ‘합리적 믿음’(Reasonable belief)이 없는 상태면 강간이 인정된다. 여기서 ‘합리적 믿음’에 대한 법적 판단은 당시 상황의 모든 요소를 고려해 이뤄진다. 동의 여부는 가해자가 입증하도록 돼있다. 다만 여전히 영국 내에서도 강간 인정 여부를 놓고 혼란이 적지 않다고 BBC는 지적했다.

 

스페인 법에서의 강간은 폭력이나 협박이 있어야 인정된다. 그러나 지난 3월 스페인 정부는 이같은 현행법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오로지 Yes만 Yes일 뿐’(Only Yes means Yes)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개정안엔 상대방의 동의 여부가 없으면 강간으로 인정하는 내용이 담긴다.

 

‘YES만 YES’ 법안에는 이른바 ‘팜플로나 재판’ 항의 여론이 큰 기여를 했다. 2016년 7월 스페인 북부 나바라주의 도시 팜플로나에선 한 18세 여성이 군인 등 남성 5명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 가해자들은 범행 장면을 촬영하기도 했다. 검찰은 최소 20년형을 구형했지만 1심과 2심은 “가해자들이 피해자를 위협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강간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가해자들은 강간보다 형량이 낮은 ‘성적 학대’(Sexual assault) 혐의만 인정돼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지난 2018년 4월 스페인 팜플로나에서 여성들이 법원의 ‘성폭행 판결’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가디언 캡처

2018년 나바라주 법원의 이같은 판결 직후 팜플로나에선 판결에 항의하는 시위가 며칠간 이어졌다. 사건은 대법원으로 넘어갔고, 지난해 대법원은 하급 법원의 판결을 뒤집고 가해자들에게 최대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프랑스 법도 폭력과 강압, 협박, 기습 등의 상황이 전제돼야 강간으로 인정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2018년 2월 파리에서 열린 한 재판은 이같은 법에 대해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당시 재판대에 선 29살 남성은 11살 여아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았지만 검찰은 강간 대신 성적 학대 혐의만 적용해 남성을 재판에 넘겼다. 성관계 과정에서 강압이 있었는지 증명할 수 없다는 게 검찰 판단의 이유였다.

 

논란이 커지자 같은해 3월 프랑스 정부는 “성관계 동의 가능 최소 연령을 15세로 제한하고 이보다 어린 아동 청소년과의 성관계는 무조건 강간으로 간주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피해자가 15세 이상인 경우의 강간죄 구성 요건은 여전하다.

 

한국 형법 297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를 처벌한다고 규정한다. 성기 삽입이 없는 유사강간 혐의에 대해서도 ‘폭행 또는 협박’이라는 전제가 달려 있다. 강간죄 구성 요건을 ‘폭행과 협박’이 아닌 ‘동의 여부’로 바꾸는 ‘성범죄 처벌 강화를 위한 형법 개정안’은 정의당의 21대 총선 공약이다. 유엔여성기구는 지난해 11월 “‘모르겠다’는 말이나 침묵은 결코 동의가 아니다”라면서 “동의의 문제에 있어 애매모호함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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